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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31 단독판사에게도 무시당한 헌법재판소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법원마다 다른 판결로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한 세계일보 2009년 10월29일자 9면.

    “해당 법률 조항이 위헌이란 사실이 확인된 만큼 유죄라고 판단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제식 판사가 10월28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밝힌 이유입니다. 야간 옥외집회를 사실상 금지한 집시법 10조에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반되지만, 2010년 6월까지는 효력을 인정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놓은 뒤 하급심 법원에서 처음 나온 무죄 판결이죠.


    헌재 결정이 내려진 뒤 그동안 대구지법, 울산지법, 서울북부지법 등은 관련 사건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보다 “2010년 6월까지 효력을 인정한다”는 결정에 더 무게를 둔 것이죠. 하지만 이 판사는 후자보자 전자를 중시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직결된 형사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게 명백한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젊은 법관의 고뇌가 엿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판사는 “2010년 6월까지 효력을 인정한다”는 헌재 결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셈이 됐지만 이게 이 판사 또는 법원의 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돌아보면 헌재가 집시법 10조에 위헌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부터가 잘못이었습니다. 헌법에 어긋나는 법률을 1년 동안 계속 적용하라고 하는 건 헌정국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어정쩡한 결론을 낼 바에야 차라리 선고를 1년 뒤로 미루는 게 나았습니다.


    헌재는 위헌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근거로 새 법률이 만들어질 때까지 벌어질 혼란을 들었으나,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한 판사는 “위헌 결정이 나면 법원은 해당 법률 조항이 없어진 점을 근거로 관련 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내리면 되고,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서 전부 불기소 처분을 하면 되는데 무슨 혼란이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더니 헌재 혼자 이것저것 고민하느라고 끙끙 앓다가 수준 이하의 결과를 내놓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선고 전에 헌재 내부에서도 이런 지적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조대현 재판관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등 실무에서 겪을 어려움을 예견하고 “당장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동료 재판관들에 의해 무시당했죠. 제도가 그렇게 돼있어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2명이 헌법불합치를 주장한 사안에서 헌법불합치가 최종 결론으로 채택된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위헌이면 위헌이고 합헌이면 합헌이지 왜 헌법불합치, 한정위헌 같은 변형결정을 자꾸 해 논란을 일으키나. 20년 전부터 계속 이야기를 해도 도무지 듣질 않아.” 1988∼94년 초대 헌재 재판관을 지낸 변정수 변호사의 탄식입니다. 헌재는 변형결정 효력 인정을 놓고 대법원과 다툴 게 아니라 지금 심리하는 사건에서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 일에 더 몰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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